P여고 현관에는 커다란 초상화 한 점이 걸려 있었다.
한복을 곱게 차려 입은 실물 크기와 같은 설립자가 단아한 미소를 띠며 학생들의 등하교 모습을 흐뭇하게 지켜보고 있는 듯한 인상을 주는 그림이었다.
무더운 여름날, 야간자습에 지친 학생들은 선생님이 없는 틈을 타 책상에 엎드려 꿈나라를 헤매고 이었다. 그런데 갑자기 교실문이 드르륵 열리더니 한 할머니가 나타나,
"학생들 공부도 다 때가 있는 법이니, 힘이 들어도 열심히들 해요."
하고는 옆 교실로 가는 것이었다.
아이들은 누구네 할머니겠거니,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고 다시 잠을 잤다.
쉬는 시간 종이 울려 은미라는 학생은 세수를 하러 수돗가로 나갔다. 은미는 시원하게 얼굴을 씻고 교실로 돌아오는데 복도에 낡은 고무신 한 켤레가 놓여 있는 것이 눈에 띄었다. 은미는 고무신이 너무 낡았다 싶어 쓰레기통에 내다버리고 교실로 돌아왔다.
다음 날 등교 시간, 현관으로 들어서던 은미는 초상화를 보고 너무 놀라 눈이 똥그래지며 고함을 질렀다.
"어머나! 초상화의 고무신이 없어졌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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