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건설의 신입사원 서원식은 퇴근 후 부랴부랴 고향으로 출발했다. 그 날은 아버님의 제삿날이었던 것이다.
서울에서 세 시간 정도 걸리는 고향 마을 어귀에 도착했을 때는 깜깜한 밤이었다. 원식의 집이 있는 마을은 차에서 내려 강둑 옆으로 난 길을 한참 걸어야만 했다.
인적 없는 시골 밤길을 서둘러 가고 있을 때였다.
"여보세요…… 여보세요."
뒤에서 가냘프면서도 애절한 여인의 소리가 들려왔다. 돌아보니 웬 처녀가 밤바람에 머리카락을 날리며 서 있었다. 처녀는 하얗게 질린 얼굴로 간곡히 부탁했다. 어머니가 갑자기 심하게 아파서 병원으로 옮겨야 되겠는데 도와달라는 것이었다. 거절할 도리가 없어서 원식은 처녀를 따라 나섰다.
처녀를 따라 한참을 걷고 또 걸었다. 문득 너무 추워서 원식이 정신을 차려 보니 자신의 턱까지 검은 강물이 차 있는 것이었다.
그 곳은 몇 해 전 인근 읍의 처녀가 익사한 곳으로 그 뒤 해마다 사람이 빠져 죽는 곳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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