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 제일건설에 다니던 김영민 대리(32살)는 올 3월 초에 잠실 독신자 아파트 B동 404호로 이사를 했다.
그런데 이사간 이후 그의 몸은 식사를 꼬박꼬박 하는데도 계속 살이 빠졌다. 70킬로나 나갔던 몸무게가 한 달 만에 무려 30킬로나 빠져 불과 40킬로밖에 되지 않았던 것이다.
그런데 그 이유는 자기방에서 누가 자꾸만 자기를 감시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아 밤마다 잠을 설치기 때문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이었다.
김영민 대리는 저녁을 준비하기 위해 아파트 상가의 슈퍼마켓에 들렀다. 그 곳에서 정말 우연히 이웃 아줌마들의 얘기를 듣게 되었다.
그 얘기는 B동 404호(김영민 대리가 사는 집) 안방 벽 속에 옛날 주인이 자기 둘째 부인을 죽여 숨겨 놓았다는 것이었다.
그 얘기를 듣는 순간 김영민 대리는 까무러칠 뻔했으나 곧 정신을 차리고 철물점으로 달려가 드릴을 샀다. 요즘 세상에 어떻게 그런 해괴망칙한 일이 있을 수 있느냐며 한편으로는 겁이 났지만 그래도 용기를 내 안방 벽을 뚫기 시작했다.
그런데 벽이 조금씩 뚫리면서 먼저 까만 것이 나타나는 것이었다. 김영민 대리는 한순간 흠칫하면서도 설마, 하는 기분으로 이번에는 아래쪽을 뚫었다. 뚫린 구멍으로 들여다보니 뭔가 하얀 탁구공 같은 것이 뱅글뱅글 움직이고 있었다. 더 자세히 보니 그것은 하얀 눈알이었다.
김영민 대리는 갑자기 머리카락이 곤두서면서 온몸이 나무 막대기처럼 굳어지는 것이었다.
그 때 가느다란 여자의 목소리가 속삭이듯이 들려왔다.
"남의 집 벽은 왜 뚫는 거예요?"
2013년 8월 4일 일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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