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이라면 사족을 못 쓰는 30대의 은행원이 한 사람 있었다.
그런데 그는 술만 마셨다 하면 꼭 엘리베이터 안에서 다리를 절룩거리는 여자를 만나게 되었다. 이상한 생각이 들어 한 번은 일부러 술을 마시지 않고 엘리베이터를 탔는데, 거나하게 취해 유행가를 흥얼거리는 옆집 아저씨밖에 없었다.
너무 궁금해 미아리의 유명한 점쟁이를 찾아가 점을 쳤더니 앞으로는 절대로 술을 마시지 말라고 했다. 한 번만 더 마시면 예쁜 저승사자가 데려간다는 것이었다.
저승사자라는 말에 소름이 오싹 돋은 은행원은 그 이후로는 한 잔도 입에 대지 않았다.
몇 년 후 그 은행원은 결혼을 했다.
직장 동료들이 노총각 신세 면했다며 축하주를 삿다. 그는 계속 거절했지만 한 잔 정도의 약 복용이나 마찬가지라는 동료들의 유혹에 솔깃해져 입에 톡 털어넣었다.
집으로 올 때는 그래도 옛날 점쟁이 말이 떠올라 가슴을 덜덜 떨면서 엘리베이터를 탔는데 다행이 그 여자는 보이지 않았다. 은행원은 휴, 하고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가 열쇠로 자기 아파트 문을 열고 아내를 부르자, 거실에 있던 아내가 천천히 다리를 절며 다가오고 있었다.
2013년 8월 6일 화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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