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3월 27일 목요일

【storyis 고전훈담/성호사설】투묘(偸猫)

떠돌아다니는 고양이 한 마리가 밖에서 들어왔는데, 천성이 도둑질을 잘하였다. 더구나 쥐가 많지 않아서 배부르게 잡아 먹을 수 없었다. 단속을 조금만 소홀히 하면 상에 차려 놓은 음식조차 훔쳐 먹게 되었다. 사람들이 모두 미워하면서 잡아 죽이려 하면 또 도망치기를 잘하였다.

얼마 후에 떠나 다른 집으로 들어갔다. 그 집 식구들은 본래부터 고양이를 사랑했던 바 먹을 것을 많이 주어 배고프지 않도록 하였다. 또 쥐도 많아서 사냥을 잘하여 배부르게 먹을 수가 있었으므로, 드디어 다시는 도둑질을 하지 않고 좋은 고양이라는 이름을 얻게 되었다.

나는 이 소문을 듣고 탄식하기를,
“이 고양이는 반드시 가난한 집에서 기르던 고양일 것이다. 먹을 것이 없는 까닭에 하는 수 없어 도둑질하게 되었고, 이미 도둑질했기 때문에 내쫓기었다. 우리 집에 들어왔을 때도 역시 그 본질이 좋은 것은 모르고 도둑질하는 고양이로 대우하였다. 이 고양이가 그때 형편으로는 도둑질을 하지 않으면 생명을 유지할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비록 사냥을 잘하는 재주가 있었다 할지라도 누가 그런 줄을 알겠는가?
그 옳은 주인을 만난 다음에 어진 본성이 나타나고 재주도 또한 제대로 쓰게 되었다. 만약 도둑질하고 다닐 때에 잡아서 죽여 버렸다면 어찌 애석하지 않겠는가. 아! 사람도 세상을 잘 만나기도 하고 못 만나기도 하는 자가 있는데, 저 짐승도 또한 그러한 이치가 있다.”
고 한다.

[주C-001]투묘(偸猫) : 도둑 고양이. 《類選》 卷10中 萬物篇 禽獸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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