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영이와 소연이는 M여고에서 1등을 다투는 사이였다.
그러나 시험을 보면 늘 지영이가 1등을 차지했고, 소연이는 2등에 만족해야 했다. 그것도 항상 영어 점수에서 소연이가 지영이에게 뒤지는 것이었다. 그래서 소연이는 지영이에게 함께 영어 공부를 하자고 제의했고, 지영이는 흔쾌히 좋다고 했다. 둘은 매일 영어 사전에 나와 있는 단어를 한 장씩 외우기로 하고, 서로의 암기 사항을 점검해 주었다. 경쟁심이 대단한 소연이는 장난삼아 지영이에게 한 장을 제대로 외우지 못하는 사람은 죽어야 한다고 말했다.
지영이의 집에 놀러 간 소연이는 지영이가 사전을 한 장씩 외우고 난 다음 씹어 먹는 것을 보게 되었다.
소연이는 지영이가 외우지 못하는 모습을 보고 싶어서 쉬는 시간에 지영이가 자리를 비운 틈을 타서 내일 외워야 할 부분 한 장을 찢어 버렸다. 지영이는 엉뚱한 부분을 외우게 되어서 소연이에게 놀림을 받게 되었고, 소연이가 장난으로 했던 말이 떠올라 정말 자살하고 말았다. 소연이는 어느 정도 양심의 가책을 느꼈으나, 자신이 1등이란 사실에 곧 잊어버렸다.
어엿한 전교 1등 소연이는 매일 수업이 끝난 후에 교실에 남아서 공부를 했다. 어느 날, 아무도 없는 교실에서 공부를 하고 있던 소연이는 부스럭거리는 소리에 놀라 뒤를 돌아보았다. 놀랍게도 교실 뒤에는 죽은 지영이가 서 있었다. 점점 다가오는 지영이의 모습을 본 소연이는 그 자리에서 쓰러지고 말앗다.
지영이는 계속 입에서 영어 사전을 한 장씩 꺼내면서, 쓰러진 소연이를 보고 말했다.
"소연아, 너 혹시 내 사전 한 장 못 봤니?"
2013년 8월 9일 금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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