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름한 남자 하나가 초상집에 가려고 시골 버스를 기다리고 있었다. 비바람이 몰아치는 어두운 밤, 몇 시간이나 기다린 끝에 버스가 왔는데 차 안에는 사람은 하나도 없고 하얀 해골들만 이리저리 굴러다녔다.
그런데 더욱 섬뜩한 것은 운저사가 하얀 소복을 입은 여자였다.
버스가 한참 달려 어느 산골짜기 같은 곳에 이르럿을 때 갑자기 운전하던 여자가 아무 말도 없이 내려가 버리는 것이었다. 아무리 기다려도 운전사가 돌아오지 않자 그는 내려서 밤길을 걸었는데 그만 길을 잃어버렸다.
몇 시간을 헤메던 끝에 산 속에 있는 어느 별장을 발견하게 됐다. 그 별장으로 들어선 그는 깜짝 놀랐다.
"밤에 오는 전화는 받지 마시오."라고 적힌 벽의 글씨가 마치 피로 쓴 듯이 보였기 때문이다.
이 날 밤 그가 거실에서 차를 마시고 있는데 갑자기 "따르릉 따르릉……" 전화 벨소리가 요란하게 울렸다. 처음에는 받지 않았으나 자꾸 걸려오니 호기심이 발동해 수화기를 들었더니, 어떤 여자가 "저는 손가락에 피가 난 귀신인데요, 지금 그 별장으로 가고 있어요."하고 아주 가냘프고 떨리는 음성으로 말하는 것이었다. 그는 장난 전화인 것 같아 금방 끊어 버렸다.
창 밖으로 추적추적 내리는 빗소리 사이로 간간이 짐승들의 울음소리가 들려왔다.
조금 있으니까 또 전화가 왔다.
"저는 손가락에 피가 난 귀신인데요. 지금 그 별장으로 가고 있어요."
그는 오싹 소름이 돋아 또 금방 끊어 버렸다. 어디서 그 여자의 흐느끼는 듯한 목소리가 들려오는 것 같았다. 멀리서 들리던 산짐승들의 울음소리가 점점 가까워 오고 있었고 천정에서는 야-옹 하는 고양이들의 울음소리도 들려왔다. 그는 안절부절 못하며 겁에 질려 이리저리 서성거렸다.
또 몇 분 후 전화 벨소리가 요란하게 울렸다. 그는 수화기를 조용히 들었다. "저는 손가락에 피가 난 귀신인데요. 지금 그 별장으로 가고 있어요." 이 말만 하고 딱 끊어졌다.
갑자기 등골이 오싹해진 그는 부엌에서 가장 큰 식칼을 들고나와 현관으로 살그머니 가서 문을 덜컥 열었다. 그러나 산짐승과 부엉이 소리만 들릴 뿐 아무 것도 없었다.
그런데 1분이 지나자 똑, 똑,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났다. 그는 식칼을 들고 조심조심 문을 열었다.
문 앞에서 비에 흠뻑 젖은 그 버스 운전사가 머리카락을 길게 풀어헤친 채 피가 난 손가락을 들어 보이며 남자에게 말했다.
"저…… 대일 밴드 좀 빌려주세요."
2013년 8월 16일 금요일
피드 구독하기:
댓글 (Atom)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