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고등학교 1학년 3반 몽길이는 미모의 생물 선생님을 짝사랑했다. 하지만 생물 선생님은 생물 점수를 50점 이상 받아본 적이 없는 몽길의 뒤통수에다 늘 꿀밤만 주었다.
"공부 좀 잘 해라. 공부 잘 하면 어디가 덧나니."
이를 비관한 몽길이는 수면제 수십 알을 먹고 숨을 거두었다.
몽길이의 자살 소식을 전해 들은 생물 선생님은 눈썹 하나 까딱하지 않았다.
"어디 내 잘못인가. 사내 자식이 오죽 못났으면 그깐 일에 자살을 해."
생물 선생님은 아무렇지도 않게 출석부에 올라 있는 몽길이의 이름을 빨간색 볼펜으로 죽죽 그었다.
이튿날, 업무가 밀려 밤늦도록 교무실에서 일을 하고 퇴근하던 생물 선생님은 교문 앞에서 몽길이의 뒷모습과 꼭 닮은 학생이 서 있는 것을 보았다. 깜짝 놀란 생물 선생님은 혹시나 해서,
"잠깐만요."
하고 그 학생을 불러보았다. 생물 선생님은 순간 심장 박동이 뚝 멈췄다.
학생의 얼굴에는 빨간색 두 줄이 죽죽 그어져 있었다.
2013년 8월 9일 금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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