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자와 옥숙이는 연희동 아파트의 같은 동에 사는 친한 친구이다.
순자는 14층에 살고 옥숙이는 1층에 산다. 기말고사 전날 둘은 14층의 순자네 집에서 밤늦게까지 창문을 열어 놓은 채 열심히 공부를 하고 있었다. 순자는 자기집이라 그런지 쉽게 졸음이 쏟아졌고 옥숙이는 잠이 오지 않아 계속 공부를 했다.
밤 12시 30분쯤 돼 졸음을 도저히 참지 못한 순자가 옥숙이한테 새벽 2시에 깨워달라고 해놓고는 자버렸다.
옥숙이는 깨워줄테니 걱정말라고 해놓고는 이제 수학의 마지막 남은 문제를 풀고 있었다. 이 때 열어놓은 창문으로 왠 할머니가 와서, "학-생, 여기 1402호가 어디유?"하고 물었다. 그런데 옥숙이는 자기가 지금 1층의 자기방에 있는 줄로 착각하고, "저쪽 엘리베이터를 타시고 14층을 누른 다음 내리자마자 바로 건너편 집이예요."하고 대답했다.
그리고 시험 예상문제에 달라붙어 낑낑대고 있는데, 그 할머니가 다시 와서 "그 집이 아니야."하고 말했다. 그러자 옥숙이는 "그 집이 맞아요. 정확해요."하고 말하고는 자기도 졸음이 쏟아져 책상에 그대로 엎드려 잤다.
다음 날 아침 옥숙이는 일어나자마자 얼굴이 새파랗게 질려버렸다. 할머니가 서 있던 창문 바깥은 복도쪽이 아니라 베란다 쪽의 허공이었다. 놀란 옥숙이가 아무리 설명해도 순자는 믿지 않았고 학교 친구들은 한술 더 떠 정신병자 취급했다. 옥숙이는 너무 무서워 시험이고 뭐고 다 망쳐 버렸다.
겨우 가슴을 진정하고 집에 와보니 자기 책상 위에 하얀 떡이 놓여 있었다. 옥숙이가 "엄마 웬 떡이에요?"하고 물으니 엄마가 대답했다.
"넌 몰랐니? 어제가 1402호 할머니 제삿날이었잖니."
2013년 8월 8일 목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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