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8월 8일 목요일

【공포특급】할머니 제삿날

 순자와 옥숙이는 연희동 아파트의 같은 동에 사는 친한 친구이다.
 순자는 14층에 살고 옥숙이는 1층에 산다. 기말고사 전날 둘은 14층의 순자네 집에서 밤늦게까지 창문을 열어 놓은 채 열심히 공부를 하고 있었다. 순자는 자기집이라 그런지 쉽게 졸음이 쏟아졌고 옥숙이는 잠이 오지 않아 계속 공부를 했다.
 밤 12시 30분쯤 돼 졸음을 도저히 참지 못한 순자가 옥숙이한테 새벽 2시에 깨워달라고 해놓고는 자버렸다.
 옥숙이는 깨워줄테니 걱정말라고 해놓고는 이제 수학의 마지막 남은 문제를 풀고 있었다. 이 때 열어놓은 창문으로 왠 할머니가 와서, "학-생, 여기 1402호가 어디유?"하고 물었다. 그런데 옥숙이는 자기가 지금 1층의 자기방에 있는 줄로 착각하고, "저쪽 엘리베이터를 타시고 14층을 누른 다음 내리자마자 바로 건너편 집이예요."하고 대답했다.
 그리고 시험 예상문제에 달라붙어 낑낑대고 있는데, 그 할머니가 다시 와서 "그 집이 아니야."하고 말했다. 그러자 옥숙이는 "그 집이 맞아요. 정확해요."하고 말하고는 자기도 졸음이 쏟아져 책상에 그대로 엎드려 잤다.

 다음 날 아침 옥숙이는 일어나자마자 얼굴이 새파랗게 질려버렸다. 할머니가 서 있던 창문 바깥은 복도쪽이 아니라 베란다 쪽의 허공이었다. 놀란 옥숙이가 아무리 설명해도 순자는 믿지 않았고 학교 친구들은 한술 더 떠 정신병자 취급했다. 옥숙이는 너무 무서워 시험이고 뭐고 다 망쳐 버렸다.
 겨우 가슴을 진정하고 집에 와보니 자기 책상 위에 하얀 떡이 놓여 있었다. 옥숙이가 "엄마 웬 떡이에요?"하고 물으니 엄마가 대답했다.

 "넌 몰랐니? 어제가 1402호 할머니 제삿날이었잖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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