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의 S대학교 고고학과 학생들은 여름방학을 맞아서 교수님들과 함께 남해안의 한 섬으로 발굴 여행을 떠나게 되었다.
30여 명의 학생들을 태운 여객선은 푸른 바다를 미끄러지듯 항해하고 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먹구름이 하늘을 덮더니 굵은 빗방울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파도가 점점 거칠어지더니 결국에는 학생들이 타고 있던 배를 덮치고 말았다.
학생들 중 효정이와 철민이 두 사람 만이 살아 남았다. 둘은 나뭇조각을 붙잡고 간신히 외딴 섬에 도착할 수 있었다. 둘은 혹시 사람이 살고 있을지 모른다는 희망을 가지고 하루 종일 섬을 뒤졌지만 사람의 흔적은 발견할 수 없었다.
"철민아, 저게 뭐지?"
"어, 등대잖아."
둘은 등대 안으로 들어가 실탄이 들어 있는 권총 한 자루와 먼지가 쌓인 낡은 일기장 한 권을 발견했다. 그 옆에는 물건의 주인으로 보이는 사람의 뼈가 흩어져 있었다. 둘은 매일 나무 열매와 물고기로 식사를 대신했고, 잠은 2층과 3층에서 따로따로 잤다. 등대에 불을 켜서 구조를 요청하려고 했으나 헛수고였다. 둘은 거의 절망적인 상황에 처한 것이었다.
평소에 철민이를 사랑하고 있었던 효정이는 언제 구조될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결혼식을 올리자고 했다.
그러나 철민이는 냉정하게 효정이의 사랑을 거부했다. 끝내 효정이는 자신의 사랑이 받아들여지지 않자 자살을 하고 말았다. 철민이는 자신이 너무 햇다는 생각을 하며 효정이를 고운 모래밭에 묻어주었다.
혼자가 된 철민이는 등대 3층에서 잠을 자다가 사늘한 감촉에 놀라 눈을 떴다.
"으악! 어떻게 시체가……."
철민이 옆에는 죽은 효정이의 시체가 놓여 있었다. 너무 놀란 철민이는 시체에 총 한 방을 쏘았다. 그리고는 다시 시체를 가져다가 바닷가 바위 틈에 버려 두었다. 다음 날 밤에도 철민이는 이상한 감촉 때문에 잠에서 깨고 말았다. 또 효정이의 시체가 자기와 나란히 누워 있었다.
"빵, 빵."
다시 시체에 총을 쏜 철민이는 시체를 벼랑 아래로 던져 버렸다. 무서워진 철민이는 다음 날 밤, 잠을 자지 않기로 결심하고 등대를 지키고 있었다. 밤이 깊어 가도 아무 일이 없자 철민이는 잠이 들었다. 아침에 일어난 철민이는 또다시 옆에 놓여 있는 총 맞은 효정이의 시체를 보자 공포에 사로잡혔다. 결국 그는 마지막 하나 남은 총알로 자살을 택해 그 공포에서 벗어났다.
얼마 후, 경찰과 대학교 구조대에 의해 두 사람의 시체가 발견되어 대학 병원으로 옮겨졌다. 또한, 섬에서 발견된 철민이의 일기장에는 효정이의 자살, 시체가 움직인 애기, 그리고 자신의 자살 등이 자세하게 적혀 있었다.
아들의 일기를 본 철민이의 어머니는 흐느끼면서 입을 열었다.
"그 녀석이 집에서도 몽유병으로 고생을 하더니 결국에는……."
2013년 8월 13일 화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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