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10월 10일 목요일

【공포특급】지워지지 않는 발자국

 애인 사이인 동수와 은미는 일찍 휴가를 얻어 남해안 어느 한적한 바닷가로 여행 갔다.
 도착해 텐트를 치자마자 둘은 바닷속으로 뛰어들었다. 아직은 이른 휴가철이라 물은 차가웠다. 그러나 그것이 그들에게 문제가 될 이유는 전혀 없었다.
 마냥 즐겁기만 했던 시간도 지나고 날이 저물어 어둠이 내리기 시작했다. 하늘에는 검은 먹구름이 서서히 덮여오면서 바람도 조금씩 거세지고 있었다.
 "동수야 이제 그만 돌아가."
 "괜찮아, 쬐금만 더 하다가."
 동수는 은미를 안심시키며 좀더 깊은 곳으로 데리고 들어갔다. 은미는 내심 걱정도 됐지만 워낙 수영실력이 좋은 동수여서 그가 이끄는 대로 따라 헤엄쳐 들어갔다.
 그러다 너무 멀리 온 것 같아 뒤돌아보니 모래 사장이 보이지 않을 만큼 깊이 들어와 있었다. 가슴이 철렁한 은미가 동수를 부르려고 할 때 느닷없이 천둥 번개가 치면서 바다가 뒤집히기 시작했다. 곧이어 후두둑 하던 빗방울이 소나기가 되어 내리고 파도도 이에 뒤질세라 거세게 몸부림쳤다.
 그제서야 동수는 다급하게 은미한테로 헤엄쳐 왔지만 심한 파도 때문에 불과 한 발 앞에서 허우적거리고 있는 은미의 손도 잡을 수 없었다. 수영이 미숙했던 은미는 "동수야 나 좀 잡아줘."하는 말을 마지막으로 남긴 채 거대한 파도 속으로 삼켜지고 말았다.
 그러나 수영이 익숙한 동수는 파도에 적절히 몸을 실어 간신히 목숨을 건지긴 했지만 그 날 이후로 졸곧 잠을 이룰 수가 없었다. 그 때의 악몽이 계속됐던 것이다.

 오늘은 그로부터 꼭 1년째 되는 날이었다.
 밤늦게 겨우 잠이 든 동수가 갑자기 얼굴 위로 빗방울이떨어지는 것 같아 퍼뜩 일어났다. 그런데 이불 위로 물이 뚝 뚝 뚝 떨어지면서 바로 앞에 창백한 은미가 머리카락을 길게 풀어헤친 채 똑바로 서 있는 것이었다.
 은미는 손을 내밀면서 천천히 동수한테로 다가섰다.
 "동수야, 너무 춥고 외로워, 나와 함께 가, 어서…… 어서……."
 "안 돼, 안 돼."
 비명을 지르며 깨어난 동수는 그것이 꿈이었다는 것을 깨닫고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휴 꿈이었구나, 꿈."
 등에선 식은땀이 흥건하게 흐르고 있었다.
 다시 잠들었다가 이른 아침에 깨어나 거실로 나간 동수는 순간 그 자리에 꼼짝도 할 수 없이 얼어붙어 버렸다.
 현관 복도에서 자기방까지 물 묻은 사람의 발자국이 선명하게 찍혀 있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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