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두메산골에 엄마와 딸 둘만이 살고 있었다.
그런데 밤마다 엄마는 딸 모르게 슬그머니 어디론가 사라져버리는 것이었다. 더 이상 참지 못한 딸이 하도 이상해서 한 번은 몰래 미행해 보았다. 그런데 엄마는 공동묘지 바로 옆에 있는 밭으로 들어가더니 쪼그리고 앉아 짐승처럼 흙을 마구 파헤치는 것이었다. 그러다 밝은 달이 구름 밖으로 나오면 일어서서주위를 쓰-윽 한 번 훑어보고는 달이 구름 속으로 들어가면 다시 엎드려 흙을 파헤치는 것이었다.
그 때마다 밭고랑에 찰싹 엎드려 요령 있게 요리조리 피하던 딸이 마침내 들켜 버리고 말았다. 그러자 딸을 노려보며 엄마가 속삭이는 듯한 목소리로 말했다.
"이년아, 너도 감자 먹을껴?"
2013년 10월 8일 화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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