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3월 11일 화요일

【storyis 고전괴담/송도기이】묘두사(猫頭蛇)

花藏寺佛殿後有巖竇。深不可測。天欲雨則靑烟一條自竇而起。裊裊而散。老僧相傳巨蠎藏蟄于中。噓氣而然也。人猶未之信焉。
화장사(花藏寺) 불전(佛殿) 뒤에 바위 구멍이 있어 깊이가 얼마나 되는지 알 수가 없다. 비가 오려고 하면 푸른 연기 한 줄기가 그 구멍에서 일어나서 한들한들하다가 사라지는데, 노승들은 서로 전해 말하기를,
“큰 뱀이 그 속에 엎드려 있으며 기운을 뿜어내서 그렇다.”
하였다. 그러나 사람들은 그 말을 믿지 않았다.

適霖雨旣霽烈日方曝。有物闖然於竇口。宛如猫兒頭。鱗甲斑爛。羣鴉競噪。飛鳥盤廻。寺僧魂悸不敢近視。亦不知爲何物。其舌閃閃。始知爲蛇也。
마침 장마비가 새로 개고 뜨거운 해가 내리쬐였다. 어떤 물건이 구멍에서 불쑥 나왔는데 마치 고양이새끼의 머리와 같은 것이 비늘이 번쩍였다. 까마귀떼가 짖어대고 새들이 날아 그 위를 맴돌므로 절에 있는 중들은 무서워서 감히 가까이 가 보지도 못하고 또한 무슨 물건인지 알 수도 없었는데, 그 혓바닥이 날름거리므로 비로소 뱀인 줄을 알았다.

其後僧有患瘧者。試坐於巖竇而得療。自此人皆信奉之。遠近蚩氓疾病必禱。置薰蒿餠餌之物。而擊鼓坎坎。則蛇乃出啖。竟至馴擾。習以爲常者。垂五十年矣。
그 뒤로는 중들이 학질에 걸리면 그 바위 구멍에 가서 앉아 있으면 학질이 떨어지므로 이로부터 사람들은 모두 이를 신봉해 왔다. 그리하여 원근의 백성들이 병이 있으면 반드시 여기에 와서 빌었는데, 향과 음식 같은 것을 여기에 놓고 북을 둥둥 치면 뱀이 나와서 먹었다. 마침내 이것이 관습이 되어 정상적인 것으로 여긴 것이 50년이 되었다.

長湍居朴萬戶者。牽黃臂蒼乘駿而來。時有村婆方抱病兒而致賽。蛇出頭就食。萬戶見而大驚。拔白羽洞射其頭而殪之。
장단(長湍)에 사는 박만호(朴萬戶)라는 자가 개를 데리고 매를 팔에 얹고 준마를 타고 왔다. 이때 그 마을 노파 하나가 막 병든 어린애를 안고 여기에 와서 지성을 드리자 뱀은 머리를 내놓고 음식을 먹었다. 박만호는 이것을 보고 크게 놀라 백우(白羽)를 뽑아 그 뱀의 머리를 쏘아 꿰뚫어 죽였다.

寺僧錯愕。爭相膜拜於蛇而已。萬戶神色不變。揚鞭而去。其妖遂絶。
절에 있는 중들은 놀라서 서로 다투어 뱀에게 합장하고 절을 할 뿐이었다. 그러나 박만호는 얼굴빛을 변하지 않고 말에 채찍을 휘두르며 가버렸다. 이런 뒤로 그 요물이 드디어 없어졌다.

後十餘年。萬戶陞銀緋歷州府。退老于家。率鄕里族屬。脩契於僧舍。白髮飄然容貌嚴毅。그 뒤 10여 년에 박만호는 당상관에 승진하여 고을 원을 역임하다가 늙어서 자기 집으로 물러왔다. 고향의 족속을 거느리고 절에 와서 계(契)를 하는데, 백발은 휘날렸으나 용모는 엄하고 굳세었다.

羣髡諦視曰此老似是當年殺蛇者。相與疑信。問於其僕曰無乃長湍朴萬戶耶。曰是矣。羣髡嘖嘖。
여러 중들은 익히 쳐다보고 말하기를,
“이 노인이 당시에 뱀을 죽이던 자와 같다.”
하고 서로 의심이 나서 그 종에게 묻기를,
“이 분이 장단 박만호가 아닌가?”
했다. 종이 그렇다고 하자, 여러 중들은 칭찬하여 마지않았다.

萬戶謂座客曰此寺昔有妖蛇。吾一箭射殺。僧徒謂吾必有後災。吾今年位俱高。蛇乃微物。豈能禍福人哉。況自古殺蛇。而致福者滔滔。向者愚僧之惑良可哂也。坐客嘆服。
박만호는 자리에 있는 손들에게 말하기를,
“이 절에는 옛날에 요괴스러운 뱀이 있었는데 내가 화살 하나로 쏘아 죽였소. 중들은 내가 반드시 뒤에 재앙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겠지만, 나는 지금 나이나 지위가 모두 높은 터이요. 뱀은 미물인데 어찌 사람에게 화복을 줄 수가 있겠소? 더구나 옛날로부터 뱀을 죽이고서 복을 얻은 자는 얼마든지 있소. 그러니 전날에 어리석은 중들이 의혹한 것은 참으로 우스운 일이오.”
했다. 이 말을 듣고 좌중의 손들은 탄복하였다.

朴萬戶不知何許人。必達識奇偉者也。其子孫繁衍。今爲鼎族云。
박만호는 어떤 사람인지 알 수가 없다. 하지만 반드시 아는 것이 많고 기이한 사람일 것이다. 그 자손이 번창해서 지금은 거족(巨族)이 되었다 한다.

댓글 1개:

  1. 우와.. 옛날 이야기중에 신기한게 많은듯.. 잘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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