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3월 18일 화요일

【storyis 고전괴담/성호사설】목요(木妖)

나무와 돌이 오래 묵으면 요사한 귀신이 붙는다는 전설은, 예나 지금이나 많이 있다.

대개 나무는 나서 왕성하는 기(氣)가 있고 이 기에 따라 알고 깨닫는 성질도 있어서, 아무 것도 모르는 저 돌과는 같지 않은 듯하다.

이러므로 요사한 귀신 따위가 많이 의지하게 되고, 또는 나무란 오랜 세월을 지나면 속이 자연 비기 때문에 괴이한 물건들이 그 속으로 들어가서 살게 됨은 이치로 보아도 그럴 듯하다.

요즈음 어떤 신씨(申氏) 한 선비가 그의 조상 산소 가에 있는 나무 한 그루를 베었는데, 갑자기 요귀(妖鬼)가 나타나 그의 집까지 따라와서 정신을 혼미하게 만들고 함께 교접까지 하였다.

여러 가지 주문(呪文)을 외우면서 쫓으려고 해도 떠나가지 않고 밤만 되면 반드시 잠자리를 함께 하는데 한결같이 사람이 하는 행동과 똑 같았다. 결국 정이 서로 가깝게 되자, 그는 병이 생겨서 죽기까지 하였으니, 이는 반드시 오래 묵은 여우가 화해서 이런 빌미를 만들었을 것이다.

대개 예나 지금이나 요사한 귀신이 사람에게 간음하는 것은, 귀신은 반드시 수컷으로 되고 여우는 암컷으로 된다는 것이다.

완성군(完城君) 이만(李曼)은 전라감사(全羅監司)가 되었을 때 그 전주부(全州府) 안에 있는 고목(古木) 한 그루를 베었더니, 나무 속이 썩어서 구멍이 생겼는데 흡사 말과 같은 짐승이 들어 있었다. 털도 없고 크기는 고양이만도 못하며 눈은 하나로 되었는데, 아직 제대로 이루어지지가 않았었다. 꿈틀꿈틀하는 것이 움직이긴 하였으나 바람을 쏘이고 햇볕을 보자 그만 죽고 말았다 한다. 이 이야기는 감사(監司) 김시진(金始振)이 친히 이만에게 들었다는 것이다.

이도 만약 오랜 세월을 지나게 되었다면 반드시 요사한 귀신으로 변해서 사람을 속였을 것이다. 이로 본다면 오래 묵은 나무를 베는 이로서는 조심해야 할 일이다.

[주D-001]이만(李曼) : 조선조 인조 때 문신. 자는 지만(志曼).
[주D-002]김시진(金始振) : 효종 때 문신. 자는 백옥(伯玉), 호는 반고(盤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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