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공중에서 소리를 내며, 남녀(男女) 무당에게 지피어 지나간 일을 알아맞히는 자를 태자(太子)라 한다.
장님 장득운(張得云)이란 자가 있었는데, 점치기를 잘하여 사람들이 모두 《명경수(明鏡數)》가 있다고 하였다. 조정에서 이를 가져오라 했으나 장님은 본래부터 없다고 대답하므로, 옥에 가두어 고문하였지만 나오지 않았다.
안효례(安孝禮)가 태자(太子)에게 물으니, 태자가, “장님 장(張)이 그 책을 친척 아무개에게 주어 우봉현(牛峯縣) 민가에 갖다 두었는데, 그 집은 동쪽에 싸립문이 있고, 당(堂) 앞에 큰 나무가 있으며 당 안에 독[瓮]이 있고 독 위에 소반을 덮었으니, 반을 들고 보면 책이 그 속에 있을 것이다. 만약 네가 가서 찾거든 큰 나무를 향하여 나를 부르라. 내가 곧 응하리라.” 하였다.
효례가 장님 집에 가서 물으니, 과연 우봉으로 간 친척이 있다 하므로 효례가 크게 기뻐하여 곧 들어가 임금께 아뢰었다. 임금이 효례에게 역마를 타고 수기(數騎)를 거느려 하룻밤 사이에 그 집에 당도하게 명하였다.
그 집에 가서 보니 과연 싸립문과 큰 나무가 있고, 당에 오르니 독이 있었다. 반을 젖히고 보니 속에는 아무것도 없었고, 나무를 향하여 태주를 불러 보았으나 응하는 자가 없었다.
효례는 섭섭하게 여기며 돌아와서 태자에게 물으니, 태자는 말하기를, “네가 항상 거짓으로 사람을 속이므로, 나도 또한 거짓으로 너를 속여 보았다.” 하였다.
※《명경수(明鏡數)》 : 정도전의 죽음을 예언했다는 도참서. 조선 초에 세조, 예종 등이 민간에서 압수하려 했다.
2014년 3월 21일 금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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