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6월 8일 일요일

【storyis 고전기담/청성잡기】 침무(針舞)

麻貴戰倭於素沙,纔布陣,倭之挑戰者,舞劍而前。
명(明)나라 장수 마귀(麻貴)가 소사(素沙)에서 왜적과 싸울 때, 양군이 포진하고 있었는데, 한 왜병이 검을 휘두르며 기세등등하게 도전해왔다.

浙兵長槍者,出應之,少焉,齒劍而仆。
긴 창을 쥔 절강(浙江) 출신의 병사가 나가 대적하였으나 얼마 못 가 검에 찔려 쓰러졌다.

其子四人,相繼而赴,並死之,劍益前逼,一軍恟懼。
이를 지켜본 그의 아들 네 명이 연이어 나가 싸웠으나 모두 죽고 말았다. 검을 잡은 왜병이 더욱 앞으로 다가오자 조명(朝明) 연합군은 모두 두려움에 떨었다.

將軍厚募於軍,軍莫出者。鮮兵有衣褐者,捲袂前揖,請以徒手取之,衆皆目笑其狂,然未有應之也,姑使之出敵。
마귀가 군중에 후한 상금을 내걸고 왜병에 대적할 자를 모집하였으나 아무도 나서는 자가 없었다.
이 때 무명옷을 입은 조선 병사가 소매를 걷어붙이고 나와서 마귀에게 읍(揖)하고는 맨손으로 그 왜병을 잡겠다고 자원하였다.
사람들은 모두 미친 짓이라고 비웃었으나, 마귀는 달리 어찌할 방법이 없었으므로 우선 나가서 대적하게 하였다.

衣褐者出,兩手不持寸兵,徒傃刃而舞,倭亦不以爲意,時或停劍而笑。
그 무명옷 병사가 나가서는 양손에 아무런 병기도 없이 검에 맞서 맨손으로 춤을 추기만 하니, 왜병도 대수롭지 않게 여겨 휘두르던 검을 멈추고 웃곤 하였다.

俄頃,劍者忽倒,取其劍而斬之以獻,倭軍氣奪,戰遂以捷。
얼마 후에 검을 휘두르던 왜병이 갑자기 쓰러지자, 무명옷 병사는 그의 검을 주워 들어 목을 베어 바쳤다. 이 광경을 본 왜군들은 크게 기가 꺾여 마침내 연합군이 승리하였다.

將軍置衣褐者首功,而問曰,若知劍術乎。
마귀는 무명옷을 입은 조선 병사의 공로를 인정하고 물었다.
“그대는 검술을 아느냐?”

曰未也。
“모릅니다.”

然則何以馘倭。
“그렇다면 어떻게 왜병의 목을 벨 수 있었느냐?”

曰吾幼而病躄,獨處一室,無所用心,乃習以雙針穴牖而擲之,辨色而習,抵暝而息,日以爲常。
그는 다음과 같이 대답하였다.
“저는 어려서 앉은뱅이가 되어 혼자 방에만 있다 보니, 마음을 붙일 곳이 없어 바늘 한 쌍을 창문에 던지는 연습을 하면서 날마다 동이 틀 무렵에 시작하여 날이 어두워져서야 그만두었습니다.

始則閃閃乎其墜也,久乃挺挺乎其赴也,尋丈之內,發必命中。
처음에는 던지는 족족 바늘이 빗나가 떨어지더니, 오랫동안 연습하자 바늘이 그대로 구멍에 들어가 8, 9척 안의 거리는 던지는 대로 명중하였습니다.

三年之後,遠者邇,細者大,惟吾針之逆焉,指與心通,百不失一。
3년이 지나자 먼 데 있는 것이 가깝게 보이고 가는 구멍이 크게 보여, 바늘을 던졌다 하면 손가락이 마음과 일치되어 백발백중하게 되었습니다.

技成,無所用之,師興而吾躄適伸,今乃用之敵也。
이리하여 기술이 완성되었으나 써먹을 데가 없었는데, 전쟁이 일어나면서 마침 저의 앉은뱅이 다리도 펴져 오늘에야 적에게 쓸 수 있었던 것입니다.

徒手而舞若狂,倭固笑侮而不吾刃也,庸詎知吾針之伺其瞳耶。
맨손으로 미친 듯이 춤을 추니, 왜병은 저를 비웃고 무시하여 검으로 베지 않았습니다. 저의 바늘이 자신의 눈알을 노릴 줄을 어찌 알았겠습니까.”


視之,瞳各飮針者寸。


마귀가 이 말을 듣고 왜병의 머리를 살펴보니, 과연 그의 눈알에는 각각 바늘이 한 치쯤 박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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