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 태자귀(太子鬼)가 있다는 것은 바로 소아귀(小兒鬼)이다. 어린애가 죽으면 그 혼백(魂魄)이 딴 사람의 몸에 들어 붙어서 마치 죽은 혼이 요사한 말을 하는 듯하게 되는 것이다. 사람의 길흉과 먼 지방의 사정 같은 것을 그 소아귀는 묻는 자의 의견에 따라 빠짐 없이 일러 준다.
태자귀라는 것은 추측건대, 진 태자(晉太子) 신생(申生)이 어려서 죽었던 까닭에 이름을 태자귀라고 한 듯하다. 그 혼백이 사방으로 떠돌아 다녀도 의지할 곳이 없기 때문에, 사람의 집을 지나다가 아우 아모ㆍ아들 아모라고 이름을 부른다. 그 집에서 대답하는 자가 있으면 바로 그에게 들어붙어서 떠나지 않고, 대답하는 이가 없으면 애를 쓰면서 오랫동안 부르다가 하는 수 없이 딴 곳으로 떠나간다.
옛날 들은즉, 우리 친족 중에 어떤 부인이 우연히 그런 소리를 듣고 실없이 대답을 했더니, 그 귀신은 몸에 들어붙어서 드디어 떠나지 않았다. 여러 가지로 빌었으나 아무 효과가 없고 나중에는 이것이 병이 되어 드디어 죽고 말았다 한다. 이런 것은 경계할 줄 알아야 할 것이다.
상고컨대, 봉선서(封禪書)에, “한 무제(漢武帝) 때 장릉(長陵) 여자가 어린애 낳다가 죽어서, 그 귀신이 그의 선후 완약(先後宛若)에게 나타나므로 완약이 그를 그 집에서 제사를 지내 주었다. 상(上)이 내중(內中)에 사당을 지어 주었더니, 그 말소리는 들을 수 있었으나 그 사람은 볼 수 없었다.”고 하였으니, 대개 옛날에도 비록 이런 일이 있기는 했으나 우리나라처럼 많이 있지는 않았던 모양이다. 완약이란 것은 지금 세속에서 부르는 동서[妯娌]라는 말이다.
또 상고컨대 의서(醫書)에, “기귀(鬾鬼)라는 것은 바로 소아귀이다. 어린애가 나서 아직 젖을 먹고 있는데 그 어미가 또 애기를 배면, 귀신이 미워하기 때문에 어린애가 병이 들게 된다.”고 하였다. 추측컨대, 지금 태자귀라는 것은 바로 이 기귀의 흩어지지 않은 그것인가 한다. 수명을 다하지 못하고 혹 앞당겨서 요절(夭折)하면 이치로 보아 마땅히 이런 일이 있음 직하다.
《장자(莊子)》 천운편(天運篇)에, “아우를 두게 되면 형은 운다.” 하였으니, 이 말도 마땅히 상고해 보아야 할 것이다.
또 상고컨대, 초 영왕(楚靈王)이 백공 자장(白公子張)의 자주 간하는 것[驟諫]을 걱정하면서 말하기를, “내가 왼손으로 귀중(鬼中)을 잡고 오른손으로 상궁(殤宮)을 잡으면, 여러 가지로 일러바치는 말을 내가 다 듣게 될 것이다.” 하였으니, 그 상궁이란 것 역시 이 소아귀를 이른 말인데, 다만 태자라고 하지 않았을 뿐이다.
2014년 3월 20일 목요일
피드 구독하기:
댓글 (Atom)
댓글 없음:
댓글 쓰기